배설

맛있는 토스트

루프룩 2014. 5. 8. 22:46

 

 

 

 

 

 

 

그래서 그가 처음 꺼낸 단어는 아침...

 

아침이라면 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전날 하루동안 자신을 진화 시키고 지친 눈과 육체 그리고 수만 혹은 수천억 아니 숫자로 표현못할 이미지와 정보들을 받아 들이고 해석하던 뇌를 잠시 쉬게 하고 다시 눈을 뜨며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만드는 기본적인 자신이 아직 진짜 살아있다고 느끼는 그 순간을 말하는 것일까.

 

나를 바라보지 않고 꺼낸 다음 말은 에는...

 

그가 말하는 의미를 조합하여 하나의 문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침과 에는 이라는

두가지 의미를 합치게 되면 아마도 06시와 12시까지의 시간적 배분을 표현할수 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의미는 시간적 분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까. 

 

나를 바라보지 않으며 서두르지 않고 차분한 느낌으로 꺼낸 다음 말은 토스트...

 

구운 식빵이라는 그냥 먹게되면 아무런 맛도 없는것이 다른 첨가물과 합치게 되면 갑자기 가공할 위력의 맛이 창조되는 그런 밑바탕이 되는 캔버스와 같은 존재에 자신을 위대한 예술가와 조합하게 되면 그 누가 보더라도 느껴지는 믿을수 없는 창조물이 탄생하게되는 조합물을 말하는 것일까.

 

나를 바라보지 않고 그는 웅얼대듯 누가 뭐라 하건 자신은 지금 이 순간 이 공간에서 입을 열고 계속 언어를 표현하겠다는 의지로 말을 꺼낸 다음 말은 먹으면 말이야...

 

그래 나를 바라보지 않고 그가 꺼낸 말은 아침에 토스트를 먹는다는 가정화에 이루어지는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였다. 그냥 생각하는 것을 관두고 차분히 그를 기다렸다.

 

" 아침에는 토스트를 먹으면 말이야. 왠지 기분이 느긋하게 느껴지던데.. "

 

" 어째서? "

 

"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나가기 바쁘지 않냐? 아침에 토스트까지 먹을 정도로 느긋하게 일어나냐 어떻게든 끝까지 더 자면 위험하다고 느낄정도까지 자다가 일어나서 후다닥 씻고 나가잖아 그렇게 출근하기 바쁘지 무슨 아침에 토스트를 먹냐 " 

 

" 에? 많이들 먹지 않나 "

 

" 너 겁나 부지런한가 보다? "

 

" 아니 식빵에 보면 아침에 어쩌구 하면서 그런 이름이 많치 않나? "

 

" 대개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그러지 일반적인 평균을 말하자면 혼자 사는 인간이

아침에 토스트를 먹고 출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봐 "

 

" 에이.. 그건 너를 기준으로 하는 평균화 잖아 "

 

평균화라는 단어가 나오자 그는 자신의 주장이 반대되는 인상이 확실하게 인지되었는지 인상을 지푸리며 가볍게 웃었다. 그렇다 그와 나는 사는데 있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주제에 서로가 대립하고 있었다.

 

" 아.. 물론 그것도 그렇치만 내 주변에는 다 그렇더라고.. "

 

" 뭐 확실히 아침에 일어나서 토스트를 먹고 시작하는게 느긋하긴 하지 "

 

한 발짝의 양보를 하면 나는 한 발짝를 다가섰다.

 

" 그래서 뭐 이제 아침에 일어나서 토스트를 먹을려고? "

 

" 아니 내가 그렇게 부지런한 인간도 아니고 아 그냥 기분이 그렇다고.. "

 

" 하긴 니가 아침에 일어나서 토스트를 먹고 출근하면 그 다음 날은 지구멸망이지..  "

 

지구멸망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입가의 움직임은 그는 자신의 대화가 자신의 의지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느꼈는지 입을 가리며 크게 웃었다. 그렇다 그와 나는 사는데 있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아무런 의미도 없는 주제라도 특정 단어로 인해 그렇게 웃을수 있다.

 

 

 

 

 

 

 

 

아니다.

 

 

 

 

 

 

 

사는데 있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 있을까. 이러한 일도 하나의 기억속에 에피소드로 남아 누군가 기억하거나 뇌가 필요할때 출력되는 기억의 단편이 될수 있다. 단순한 대화만으로도 나는 그와 대화를 했고 서로가 주고 받았던 느낌들이 머리속에 남아 있게 되었다. 사는데 있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그런 대화라도 어느 날 어느 순간에 갑자기 자신도 모르는 의미와 동기를 부여하게 되면 그건 놀라울만큼의 시너지 작용을 하며 그 몸집을 키우게 된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도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모든것은 머리속에 기록되며 감정과 결합하여 소화된다. 

 

이러한 대화를 하다가도 나의 기억속에 그의 뒤에 그림자는 여전히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