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2017. 9. 27. 00:43

 

 

 

 

물론 과거의 이야기다. 글 쓰기가 쉽다고 처음 느낄때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다. 그 전에는 책만 보는 둥 마는 둥 하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갓 세상에 나서야 할때 pc 통신에 빠져 히키코모리가 되고 나서다. 물론 그 당시의 생활 전부를 처 박은 인생을 살진 않았지만 저녁이 되면 랜선 친구들과의 대화에 빠져 키보드와 하나가 되어 활자들의 영역은 속도를 내어 손가락 만큼 쾌속화 되는 듯 빨라졌다. 어떠한 글이든 생각을 표현하기에 어려움이 없었고 치기 어린 자만심으로 자신의 수준에 맞는 그런 글을 써댔다. 그렇게 수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고 그 느낌을 올인하던 공간이 존재하지만 존재만 하게 되었을 때 모든 일들은 동력을 잃었다. 하기 싫었다기 보다는 할 수가 없었다. 매일 같이 샘솟던 드립들은 처음 만남의 포근한 봄이 지나 잦은 정모로 뜨거운 여름이 반짝였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서늘했던 가을이 지나며 서로간의 무관심으로 차디찬 겨울이 되어 한 곳을 바라보던 시선이 달라지듯 다른 곳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일상은 언제나 똑같지만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픔을 던지기 하듯이 캐치볼 하듯 하품나는 일상 된 것이다. 그리고 다시 수년이 지났다.

 

 

이제는 글 쓰기가 어렵다. 내 생각을 표현하기에 내 감정을 드러내기에 보고 느끼고 말했던 것이 겹겹히 쌓여 높은 벽이 되었다.

 

 

너무 높아졌다.

 

 

 

마음을 감추고 감정을 자극적으로 표출하지 않은 시간이 길어진 만큼 몸은 지극히 정상인으로 탈바꿈 되었지만 드러내지 않은 마음은 떠돌이가 되어 버렸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밀려드는 일상과의 빼곡한 이제 상관없다는 무심함 만이 가득차 버렸다.  

 

누군가에게 말하면 나이를 먹어서 감수성이 나를 잡아 먹은 결과라고 덜컥 답이 나와 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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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루프룩